지역 민영방송과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보도전문채널까지 8년 동안 성격이 다른 세 언론사에서 기자란 신분으로 직장생활을 했다.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했고 업무 특성상 토일, 주말과 휴일 이틀 가운데 하루는 늘 근무했으니 내 30대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 업계에서 보낸 셈이다. 두 번의 이직을 거치면서 지원서 혹은 면접관으로부터 들었던 공통된 질문은 회사를 옮기는 이유였다. 산술적으로만 봐도 한 회사에서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을 보낸 건데 누가 봐도 한곳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춰질 뿐만 아니라 면접관들이 트집 잡거나 공격하기 좋은 질문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당연히 난 예상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야 했고 수십 년간 언론인으로 살아 온 그들에게 그럴싸한 거짓된 대답은 결코 통하지 않는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직서를 쓰거나 경력기자 채용 지원서를 쓰기 전 나 자신과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고 이직하고 싶은 이유에 대한 확실한 정의를 내렸다. 어찌됐든 두 번의 이직 모두 내가 원했던 회사에 들어갔고 실제 근무하지 않은 두 곳의 언론사로부터 최종합격 통보까지 받은 걸 보면 내 대답의 진정성을 면접관들이 인정해 준 듯싶다. 당시 내가 회사를 옮긴 이유는 이 글을 쓰는 이유이자 직접 경험한 한국 언론에 대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과 상통한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 사회는 민주화됐고 신군부의 언론 탄압은 사라졌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 둘로 나뉜 언론은 균형을 잃고 자본 권력에 휘둘리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언론 자유는 한국 언론의 과제다. 언론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나만의 고민이 담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8년 밖에 안 되는 짧은 경력으로 언론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하냐는 비난도 달게 받겠다. 세월이 20~30년 기자 생활을 한 선배 입장에서 보면 하찮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곳에 오래 머물러 있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객관성을 잃고 편협해 지거나 업계 논리에 젖을 수 있다. 나름 덜 때 묻은 전직 언론인의 입장에서 본 언론 이야기로 이해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