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리어 프롭!
시동을 걸기 직전 창문을 열고 큰 소리로 외친다. 비행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엔진 작동을 알리는 말이다. 멈춰있던 비행기가 진동하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관제사의 이륙 허가를 받고 천천히 스로틀을 밀어 파워를 올리면 활주로를 달리던 비행기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조종사의 능숙한 조작과 자연의 바람이 만나 1톤에 달하는 육중한 기계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 된다.
밤마다 같은 꿈을 꿨다. 새처럼 하늘을 날며 내가 살던 동네 곳곳을 내려다보는 꿈이었다. 어린 마음에 그 능력 하나면 세상 전부를 다 가진 기분이었다. 잠에서 깨면 눈을 감고 그대로 누운 채 꿈의 잔상을 떠올리며 행복에 젖어들었다.
꿈을 직접 느끼고 싶었다. 미국으로 떠났다. 1년 동안 비행학교에서 공부하고 훈련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사업용 조종사 면허를 취득했다. 내게 남은 건 단순한 손바닥만 한 자격증이 아니다. 길을 걷다가도 눈 감고 뺨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다 보면 그때 그곳으로 돌아가 비행하는 나를 만난다.